자민당 역대 최다 의석, 다카이치는 개헌을 꿈꾸는가?

자민당 역대 최다 의석, 다카이치는 개헌을 꿈꾸는가?

1970년 1월 1일 (목)

어제 밤 (2026년 2월 8일), 일본 중의원(衆議院)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316석을 확보했다.

465석 중 3분의 2를 넘는, 1955년 창당 이래 역대 최다 의석이다. 연립 파트너 일본유신회까지 합치면 352석.

전 세계 언론이 “다카이치 쓰나미”라 부른 이 결과는, 솔직히 일본에서 15년째 살면서 업무상 정치인들이나 중앙 부처 관료들을 자주 접하던 나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하긴 자민당 스스로도 예상 못했던 결과니

특히 26년간 연립정권을 함께 구성하던 “조직표 동원의 강자” 공명당(公明党)와 결별한 후, 우려의 목소리가 꽤 있었는데 놀라운 결과이다.

얼마나 압승이었냐면, 자민당 관계자들조차 당황한 표정을 보이고, 비례대표 명부에 올린 후보가 모자랄 정도.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례대표에서 득표수 기준 81석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소선거구에서 중복 입후보한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되는 바람에 정작 비례 명부에 남은 사람이 없었다.

남(南) 관동 블록 6석, 도쿄 블록 5석, 호쿠리쿠신에츠(北陸信越) 2석, 추고쿠 1석 — 총 14석을 다른 당에 그냥 넘겨줬다. 비례대표 67명 당선에 그쳤지만, 표만 놓고 보면 81석이었던 거다.

이런 “명부 부족” 사태는 자민당이 296석을 쓸어담은 2005년 고이즈미~~(아빠 고이즈미)~~의 “우정(郵政) 해산 선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60년 넘게 집권, 그런데 독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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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요약하면 “자민당은 일본의 만년 여당이다.”

1955년 창당 이후 1993년(호소카와 내각, 9개월 천하)과 2009~2012년(민주당 정권) 딱 두 번을 빼고 쭉

집권 중.

한국에선 자민당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만, 실제로는 당 안에 여러 파벌(派閥)이 공존하는 구조인데, 아베파(清和会), 기시다파(宏池会) 같은 파벌 보스들이 총리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게 진짜 일본 정치 드라마였다.

2024년 비자금 스캔들 이후 공식적으론 해산됐지만, 파벌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작년 타카이치 총리가 결정되던 순간, 자민당의 최대 파벌 중 하나인 아소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장면이 그 증거이다.

자민당이 일당 독재라고 보기에는 힘든 이유는, 파벌마다 정치 이념의 차이가 꽤 크고, 특정 파벌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대 여당 안에 여러 개의 정당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중국 등과는 달리, 여당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까다롭고, 파벌 간의 대립과 협력이 활발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다수 존재)

선거날 눈이 오면 자민당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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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압승은 전략과 날씨가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타카이치 총리의 기습적인 해산발표 이후, “중도연합” 이라는 대부분의 일본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네이밍을 가지고 나온 야당이 분열해 격전지마다 표가 분산됐고, 이시바 내각 때 이탈했던 보수층이 “다카이치 자민당”이라는 선명한 브랜드에 대거 복귀했다.

결정타는 선거 당일 도쿄 2cm 적설이었다.

겨울에 도쿄 여행을 가본 분들은 알겠지만, 도쿄의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고 눈은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이다. 그런 눈이 마침 역사적인 선거날 오다니. 누가 기설제(祈雪祭)라도 지낸건가?

한국보다 훨~씬 선거에 대해 무감각한 일본 사람들은 “에이, 눈 오는데…” 하며 대거 기권했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꼬박꼬박 투표하는 자민당 조직표와 창가학회(공명당 지지세력) 조직력만 살아남았다.

그래도 최근 일본 투표율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번 투표율은 NHK 추정 약 55.7%로, 전회(2024년) 53.85%보다 소폭 상승했고 사전투표도 역대 최다인 2,701만 명을 기록했다. 실제로 YouTube 등 SNS에서도 젊은층의 정치 관심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탓에, 일본도 최근 SNS를 활용한 선거유세에 진심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하면,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SNS 광고비만 매일 수억씩 집행했다고 한다.

다만, 비교를 해보면 여전히 낮다.

한국 2022년 대선 투표율이 77.1%, 미국 2024년 대선이 약 66%인데, 일본은 총선에서 56%가 채 안 된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30%대로 추정되는데,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해서

1993년, 첫 당선된 순간의 타카이치 사나에 총리 [<a href=출처: 아시히 신문]">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아베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카리스마를 가진,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다.

2025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 행사에서 ‘진격의 거인’ 대사를 인용해 “좋으니까 잠자코 나에게 전부 투자해라”라고 한 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 정치인 중에서는 상당히 젊은 감각을 가진 타카이치 총리는 트렌드와 SNS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블룸버그가 붙인 수식어는 “전후 일본 최강의 지도자”.

그리고, 작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대립 사건.

2025년 11월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台湾有事)가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변. 사실상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자위대가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로, 전후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이 정도로 직접적인 발언을 한 건 전례가 없었다.

야당이 새로운 총리가 뽑힐 때마다 유도심문처럼 묻는 관례적인 질문이어서, 사실 실수할 여지가 없는 답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단,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당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중국은 즉각 격노했다.

중국 외교부가 “조잡한 내정간섭”이라며 주중 일본대사를 소환했고, 중국 주오사카 총영사가 X(구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베겠다(汚い首を斬ってやる)”는 글을 올려 외교 전쟁으로 비화됐다.

21세기의 관우? 덕분에 중국을 제치고,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 No.1 의 자리는 한국이 차지했다.

종교 단체가 정치? 공명당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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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당은 창가학회(創価学会) — 회원 827만 세대의 거대 종교단체를 등에 업은 특이한 정당이다.

창가학회는 옛날 분들께는 “남묘호랑개교”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6년간 자민당과 연립을 유지하다가 계속되는 자민당의 정치 자금 비리 문제와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성향 등과 맞물려 작년에 연립에서 탈퇴했다.

‘사이비 종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교에 대해서 엄격한 한국에서는 사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일개 종교 단체가 정당을 결성하고, 수십 석의 의석을 얻으며 26년간 여당 편에서 정치에 참여했다는 사실. 특히, 자민당과의 연합을 통해, 모든 정부 부처의 부장관은 늘 공명당 의원이었으며, 그 중 가장 핵심인 국토부의 장관은 항상 공명당 의원이 담당하는 것이 관례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명당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창가학회라는 종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공명당 소속인 중의원, 참의원, 시의원들뿐 아니라 前 재무성 부장관과도 몇 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종교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그들의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달리 “국가”나 “경제” 라는 큰 목표보다는, 서민의 경제나 장애인들의 복지,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에 진심인 것 같았다.

다만, 특정 종교 단체를 지지기반으로 한 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통일교 등의 문제로 일본의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인데, 이 부분 역시 충분히 납득이 간다.

천재 AI 엔지니어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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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뉴스는 안노 타카히로(安野貴博)가 이끄는 ‘팀 미래(チームみらい)’가 중의원 11석을 확보하며 국정 정당으로 등극한 것.

안노 타카히로의 이력은 읽다 보면 “이게 한 사람 인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다.

일본 최고 명문 사립고인 카이세이 고등학교를 나와 도쿄대학 공학부에 진학, AI 연구의 1인자 마츠오 유타카 교수 연구실에서 기계학습을 공부했다. 일본에서는 AI 연구하는 사람 중에 마츠오 연구실 출신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

졸업 후에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을 거쳐 AI 스타트업을 두 개나 창업했는데, 하나는 AI 챗봇 회사 BEDORE(현 PKSHA Communication), 다른 하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MNTSQ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율주행을 소재로 쓴 SF 소설 ‘서킷 스위처’로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고, 메탈 기어 솔리드의 코지마 히데오가 “5점 만점!”이라며 극찬했으며, 창업과 소설 활동 사이에는 영국으로 훌쩍 유학을 다녀오며 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안노는 2024년 도쿄 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뛰어들어 15만 표를 얻었고, 2025년 참의원에 당선됐다. 주목할 점은, 정치자금 투명화 시스템 ‘PoliMoney’를 만들고 “나가타초를 GitHub처럼”이라는 비전을 내세운다는 점.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얼마 전부터 YouTube 등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던 사람 중 하나로서, 안노가 결국 그저그런 정치인이 되어버릴 것인가, 일본 정치판을 흔들어놓을 메기로 진화할 것인가 기대가 된다.

그래서 일본 헌법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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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 — 돈은 과감히 쓰되 경제를 키워서 갚겠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민당 공약집 ‘J-파일 2026’의 핵심은 AI·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2030년까지 135조 엔, 2040년까지 200조 엔이라는 천문학적 관민 합동 투자다.

METI(경제산업성)는 FY2026 반도체·AI 예산을 전년 대비 4배인 1.23조 엔으로 확대했고, 2nm 칩 벤처 라피더스에 1,500억 엔, 로보틱스·제조업 혁신을 위한 Physical AI에 4,000억 엔을 배정했다.

암호자산 20% 분리과세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를 통해 일본을 글로벌 Web3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한국에서 가장 우려하는 안보 쪽에선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하는데, 다만 일본 국민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고령층과 여성층에서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해서, 국회 발의는 가능해도 국민투표 통과는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중론이다.

일본 국민들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당시 부모, 자식, 남편, 형제들이 전쟁터로 끌려가서 300만명이나 전사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전쟁을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인터넷 등으로 우경화된 젊은 친구들이 과격한 발언을 일삼는 경우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현실 사회에서는 전쟁의 ‘전’자만 꺼내도 미친사람 취급을 받는다.

닛케이 57,000, 비트코인 $72,000

선거 다음 날인 오늘(2026년 2월 9일), 닛케이 225가 개장과 동시에 55,000을 돌파했고 곧 57,000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거 전 종가 54,253 대비 5% 이상 폭등이다.

크레디아그리콜은 “적극 재정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위임”이라 분석했고, 이 흐름은 글로벌 자산시장으로 파급되어 비트코인 $72,000, 금 $5,000 돌파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이다.

한국 투자자 관점에서 주시할 포인트는 네 가지다.

**첫째,**반도체 공급망 재편. 일본이 TSMC 구마모토, 마이크론 히로시마 HBM, 라피더스 2nm 등 전방위 투자를 진행하면서 삼성·SK하이닉스와의 경쟁·협력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둘째,**엔화와 금리. 적극 재정은 국채 발행 증가와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글로벌 자본 이동. 미국 테크주 매도 → 일본 주식 매수 흐름이 이미 포착되고 있어 자산 배분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Web3. 일본이 20% 분리과세를 도입하면 아시아 Web3 자본이 일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의 가상자산 과세 정책과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미국도 작년에 대통령이 바뀌었다.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 체제도 작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의원내각제라는 일본의 정치특성상 본격적인 정권은 이제부터이다.

아베 시대가 일본의 “부활”을 꿈꿨다면, 다카이치 시대는 그걸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정세가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한 치 앞을 읽을 수 없게 된 2026년, 이 변화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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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센서와 로봇 공학을 결합하여 실제 물리적 환경을 인지하고 직접 행동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GitHub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코드의 버전 관리와 협업을 수행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출처
데이터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생성되었는지에 대한 이력과 근거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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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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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